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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의 내용

쿠로카와의 료칸을 고르는 법

2017.01.15

  • 투고자 : SR
  • 국적 : South Korea
  • 연령 : 30대
  • 성별 :여성

쿠로카와의 온천마패, 뉴토테카타는 이미 한국의 많은 여행 방송에서도 다루었고 여러 패키지 여행 상품에도 들어간만큼 유명해진 상태지만. **17년 3월까지 30주년 특별 디자인 마패 제공 중**

그래도 1박! 적어도 1박! 제발 1박 해주세요!

물론 쿠로가와의 중심지는 10분이면 한 바퀴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인터넷에서 쿠로카와는 1시간이면 다 봐요~ 하는 말도 굳이 틀린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료칸 숙박을 뺀 쿠로카와는 정말 반쪽짜리라구요 OTL

료칸에 짐을 풀고, 유카타를 입고 동네 오후 산책 한 바퀴 한 뒤,
느긋하게 숙소로 돌아와서 배가 미어터져라 맛있는 식사를 즐긴 후,
텅 빈 노천탕에 들어가 별이 점점이 박힌 밤 하늘 바라보며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면
'아, 이게 내가 그렇게 회사 다니며 그 고생을 하는 이유구나.' 하는 인생의 깨닳음이 찾아옵니다.
진짜루.


아무튼 료칸투성이인 쿠로카와에서 료칸을 고르는 팁.

########## 료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이세키! (1박 2식 기준으로 양과 메뉴)

기본 숙박 플랜은 대체로 10~13품의 가이세키 석식과 두부, 계란, 된장국과 밥으로 이루어진 조식을 포함해 1박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다 비슷할지 모르는데 막상 먹어보면 료칸마다 꽤나 다르다.

정말 일본식 요리에 집중한 곳, 그라탕 같이 약간의 서양식 퓨전 요리가 들어간 곳, 고기가 많은 곳, 야채가 많은 곳, 양이 많은 곳, 등등 료칸에 따라 그 특징이 다르다. 그래서 이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여주인 특제 XX! 같은 홍보도 종종 보인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그날 식사 하나하나가 설명된 메뉴*

뭐라 적혀있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먹어보면 알겠지! 애초에 담당 점원께서 메뉴 하나 나올 때마다 두손두발 써가며 열심히 뭐라 설명을 해주신다. 이건 무슨 요리고 이건 무슨 재료를 썼고 등등. 알아듣지 못하면 마음으로 알아듣자!

쿠로카와는 지리적으로 큐슈 섬 중앙에 위치해서 이 곳의 가이세키는 큐슈 동서남북의 특산물을 끌어와서 만든다. 소고기는 대체로 아소산 히고규 혹은 오이타 분고규, 돼지는 카고시마의 흑돼지, 닭이라면 히고산 토종 붉은닭. 당연히 야채는 지역산, 생선은 산천어.

그리고 쿠로카와에서 나오는 특별한 메뉴라면 역시 쿠마모토의 바사시! 말 육회! 맛이 고소하고 쫄깃하게 씹히는게 쿠로카와 료칸의 메뉴에서 이거 빠지면 섭하다.

음식 출처도 하나하나 신경써야하는 요즘, 큐슈 지역 토산품으로 이루어진 음식만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맛은? 아니 바로 요 근처 동네에서 구한 신선한 재료들로 하나하나 신경써서 만든 음식인데 도대체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ㅠㅠ

############# 방 (인테리어 & 시설)

방의 종류나 건물 형태에 따라 호텔식, 일본 전통식, 현대식 등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져 비교적 모던한 형태를 갖춘 곳과 아주 오래된 곳들이 섞여있다.
1700년대에 만들어져 쿠로카와에서 가장 오래된 오캬쿠야 료칸 같은 경우도
내부 시설은 요즘 건물들과 다름없이 깔끔하다.

그러나 옛날 료칸에서 바꿀 수 없는게 있다면

"여기 무슨 미로야? -_-"

처음부터 각 잡고 넓직한 터 위에 만들어진 요즘 료칸들에 비하면
계단이 있는 곳과 방, 복도의 배치가 좀 꼬여있다고 해야하나.
물론 당시 산골 구석에서 그렇게 지을 수 밖에 없던 한계가 있었을거다.
그래도 여기저기 간판을 붙여놓은 덕택에 크게 헤멜 일은 없다.
설령 길을 잃어버린다한들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는 점원들이 언제나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안내해준다.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옛날 료칸, 사용이 편리한 요즘 료칸, 쿠로카와 중심가부터 외곽에 위치한 료칸까지, 다 장단이 있다. 산속에 콕 박혀서 정말 외부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묵고싶을 땐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별채형을, 유카타를 입고 쿠로카와 거리 산책을 하고 싶을 때엔 중심가에 위치한 료칸을.

######### 온천 (풍경과 탕)

절벽이 펼쳐진 풍경 아래 터키색 물을 자랑하는 쿠로카와소라던가,
아예 산 속에 지어져 노천탕 창문 너머로 풍경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야마미즈키라던가
함유물이 다른지 물색은 물론 냄새부터가 확 다른 황탕의 오캬쿠야나 후지야,
개인 대절탕이 많은 산가나 야마비코 등등.

료칸이 지어진 위치에 따라 물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물의 촉감이나 온도도 다르다지만 뽀독뽀독하다던가 뭔가 동동 떠있다거나, 잘은 몰라도 성분이 다르단다.

풍경 뿐만 아니라 료칸마다 탕의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다.
미인탕으로 유명한 이코이나 처음 가는 사람들은 100% 놀라는 신명관의 동굴탕 같은 경우는 개성이 아주 뚜렷한 사례.

어떤 탕이 있는지도 료칸 선택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쿠로카와는 온천마패로 들린 곳에서 "아, 다음엔 한번 묶어봐야겠다"라는 곳을 찾을 수 있는게 이 마을만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 료칸에 묶는 이유.

도심의 호텔에서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아닌 차소리, 사이렌, 와글와글한 사람 소리들이 들려와서 곧 다시 문을 닫는다. 때론 새벽까지 들리는 소음들에 잠을 설칠 때도 있다.

쿠로카와에서는 항상 마을에 감도는 소리가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콸콸 흘러내리는 온천수의 소리다. 쿠로가와의 온천은 기계로 데우는 물이 아니라, 그저 뜨겁게 뜨겁게 솟아나와서 흘러내려가는 온천물이다. 자연에서 솟아올라 잠시 탕을 거쳐 천을 따라 흘러내린다. 노천탕 안에서도, 료칸의 방 안에서도 내가 듣는 것은 물이 흘러내리는 자연의 소리다.

료칸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은 1박에 1인당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십, 아예 몇백까지도 가는 료칸의 이용 가격에 질겁하곤 한다. 하지만 일단 한번 묶어본 사람들은 오히려 더 큰 돈을 내고서 더 좋은 곳을 찾게 된다. 그 곳에서 누리는 것에 비하면 결코 그 값이 비싼게 아니란 것을 알게되는 것이다.

쿠마모토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쿠로카와 마을 역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한국인들에게 이미 유명한 쿠로카와장 같은 경우 2017년이 되서야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걱정스레 올해 또 다시 들린 쿠로카와는, 지진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였다. 분명히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

내가 좋아해마지않는 이 마을의 풍경을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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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1. 후쿠오카에서 쿠로카와 온천을 방문하는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

黒川湯めぐりきっぷ (쿠로카와 온천 순회 티켓)
후쿠오카 ~ 쿠로카와 왕복 (최저 운임)과 쿠로카와 온천마패 교환권 세트!
어른 : 6,240 엔 (버스 왕복 권 5,040 엔 (통상 : 5,550 엔) + 입욕 계산서 교환권 1,200 엔)


팁 2. 쿠로카와 온천 료칸 예약 사이트

일본: 쟈란넷, 야후 트래블, 라쿠텐 트래블
한국: 재패니칸, 큐슈로 등

숙박 사이트에서 이미 예약이 가득찰 정도로 유명한 곳은
료칸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미리 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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