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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의 내용

운젠의 기억

2016.12.08

  • 투고자 : 솔아
  • 국적 : South Korea
  • 연령 : 30대
  • 성별 :여성

여행일시: 2016.1

여행장소: 후쿠오카- 운젠-오바마

이동방식: 자동차

숙소: 운젠 후쿠다야 료칸

좀처럼 눈이 오지않는 규슈 지방에 그 날은 눈이 많이 왔다.
하필이면 그 날은 운젠으로 첫 온천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한국에선 자주내리는 눈이라 별 걱정을 안했지만, 후쿠오카에 사는 친구네 부부는 새벽부터 기상특보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텔레비젼과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며 경로계획을 세웠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고속도로 통제구역은 늘어나 계획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고민하던 중 예약한 료칸에서 전화가 왔다. 운젠료칸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폭설로 부분통제되었으니 예약취소하셔도 된다는...
료칸이 처음인 나는 그 상황이 너무나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단순히 숙박을 떠나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아- 이런 배려가 료칸의, 일본의 따뜻한 이미지를 만드는구나.. 생각되었다.

12년 된 친구의 라팡차가 견딜 수 있을까 걱정 되었지만, 숙련된 운전실력을 갖고있는 친구네 부부를 믿고 드디어 운젠으로 출발!

후쿠오카에서 운젠으로 가는 길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예쁘게 내리는 눈과 오래된 가옥들이 만나 고즈넉하고 감성적인 풍경을 만들어냈고, 제설작업에 열을 올리는 관계자와 신기한 장난감이 생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져

잔잔한 스토리가 있는 일본영화같았다.

전면통제된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를 선택했지만, 국도 역시 도로상황이 좋지 않아 이리저리 배까지 타고 힘들게 힘들게 운젠 료칸에 도착했다.

하얗게 쌓인 눈과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연기, 조용하지만 따뜻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 운젠의 첫 인상이다.

어렵게 도착한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료칸관계자가 오느라 고생했다고 반겨주었고, 로비에서 따뜻한 웰컴티를 마시며 무사히 도착했음에
1층 로비엔 겨울과 잘 어울리는 난로가 있었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문득 함께 하지 못한 부모님이 생각났고, 기회를 만들어 꼭 모시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친구에게 듣기론 본인이 다녀 본 곳 중에 이 료칸의 유황온천수가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안내받은 방은 다다미형식이었고 아쉽게도 료칸 외부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마을의 풍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철근사이로 보이는
온천의 연기와 눈쌓인 마을 풍경이 꼭 다른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천이 목적인 우리는 바로 온천으로 향했고 개인탕이라 작은 탕에 몸을 담그니 노천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황온천이라 수색이 뿌옇고 큼큼한 냄새가 났는데 살에 닿자 피부가 금새 부드러워졌다.

겨울 온천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상상했던 그대로 차가운 공기와 부드러운 온천수가 매력적이었고 해질무렵 어두워져가는 마을 풍경과 창밖으로 들리는 바람소리는 잊고싶지 않은 장면이다.

온천 후 유카타를 입고 총총총 걸어 료칸구경을 했는데 저녁이 되자 로비 벽난로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마시멜로를 구워먹으며 한껏 즐거워했다.

저녁은 기대했던 가이세키요리,
전채요리부터 본식, 디저트까지 지역특산물 위주로 나왔고 정갈하게 세팅되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접해본 카이세키요리는 단순 요리가 아니고 일본을 대표하고 하나의 큰 문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온천을 하고 이 지역에서 놓칠 수 없는 곳, 지옥온천을 갔다.
관광지이지만 작은 마을이라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보였고, 길가에 놓여진 표지판, 상점 간판, 가옥형태가 운젠산과 잘 어울려 하나의 큰 세트장 같았다.

지옥온천에 가까워지자 료칸 온천수에서 맡았던 냄새와 뿌연 연기, 땅의 오묘한 색이 합해져 신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운젠은 부모님을 모시고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신비로운 자연경관과 료칸의 감동적인 서비스, 단기간에 효과를 본 유황온천,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을 풍경까지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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